상사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당한 노동자 김지은, 그리고 마침내 그 권력과의 싸움을 결심하고 완수해낸 피해 생존자 김지은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재판을 위해 필요한 증거를 거듭 정리해 제출하고 반복해 진술하며 수개월을 보내온 그다. 더하고 뺄 것 없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증거 자료와 모든 신빙성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왜 1심 무죄가 가능했는지, 위력 성범죄를 바로잡기 위한 재판이 이토록 힘겨울 일이었는지, 무엇이 애초에 이 같은 폭력을 가능하게 했으며 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수많은 질문과 답을 던지는 이 책은 지독한 불의 속에서 끝끝내 올바름을 찾는 힘겨운 싸움의 증언이다.
김지은은 다음 피해자를 막기 위해 미투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오랫동안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수많은 거짓 선동 속에 숨죽여야 했다. 재판에 매진하며 위력 속에 갇혀 있었던 이 목소리가 널리 읽히고 기억되는 것이, 지금도 무수히 존재하는 위력 속 가해와 피해를 멈추는 길이며 곧 정의라고 믿는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잘못을 하면 있는 그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라는 이 책 속의 김지은씨의 한 문장이,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후 대선자금 문제로 감옥에 가면서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라 하더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달라"고 했던 안희정의 명언과 오버랩된다. 그 땐 참 멋있었는데... 무상한 것이 세월이로구나.
이 책에서는 언론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김지은씨 본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안희정 측에서는 김지은씨의 문자메세지를 증거로 서로 연애한 것처럼 몰아갔고,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오해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회사원들도 (회사를 옮기려고 면접보고 다닐 때면 더더욱) 회사일이 너무 즐거운 척, 매니저와 합이 잘 맞는 척한다. 회사 안에서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피고용인들은 다른 살 길을 찾기 전까지는 다들 그렇게 가면을 쓴다. 그러니 김지은씨가 안희정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문자를 할 때는, 비서일이 너무 즐거운 척, 안희정 옆에서 일하는 게 너무 즐거운 척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남은 인생동안 24/7을 울고 있어야 한다는 것, 웃는 모습이 목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정조를 지키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여성혐오적 프레임일 뿐이다.
이것은 안희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한다면서 조직문화는 비민주적인, 안희정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된 참모들은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인다)"이라며 건배사를 했고, "부하는 주군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지사님의 기쁨조가 되고 싶어도 우린 남자라서 못하니까 너희가 최선을 다해", "비서는 순장조"라는 말을 참모들에게 거리낌없이 했던 그 문화와 집단의 문제.
“Rape is a soul-killing experience. And yet, we go on living, and as the soul gradually heals, we also gradually recover our very selves. Humans are resilient and there are various ways to heal. For me, the way forward is to seek out the truth, and to make it known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I recently watched Black Box Diaries, a documentary by journalist Shiori Ito, where she investigates her own sexual assault and seeks to prosecute a high-profile offender. This is one of unforgettable and heartbreaking things she said . Both this documentary and her work left me feeling deeply uncomfortable and powerless. Power-abused sexual assault is profoundly evil. I deeply admire their immense courage in exposing this evil, raising awareness about its importance and seve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