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의 내부에서 새어나온 가장 따스한 빛을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_한강(소설가)
“등장인물의 기억이 개인 차원에 머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연결돼 역동성을 확보하는 견고한 시각이 느껴진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3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연수의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다양한 레퍼런스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를 엿볼 수 있는 첫번째 소설집 『스무 살』(2000)과 작가적 역량이 극에 달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 사이에 놓인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는 김연수에 따르면 “처음으로 소설 쓰는 자아가 생긴 작품” “『꾿빠이, 이상』과 더불어 소설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본 시기”에 쓰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에 이르러 오로지 이야기만으로는 소설을 구성해보려는 작가적 자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수록된 아홉 편의 소설의 배경이 ‘80년대 김천’이라는 점 때문에 김연수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자전소설’이라는 테마로 쓰인 「뉴욕제과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자연인 김연수의 개성과 사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작가로서 만들어낸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다.
뉴욕제과점 막내 아들로써 유년기 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보낸 김연수 작가님의 자전적 이야기. 1960년대 부터 90년대까지 김천의 동네 빵집을 둘러싼 배경 묘사가 정겹다.
새로운 것들이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세상, 그 이면엔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김천의 '뉴욕제과점'은 24시간 국밥집으로 변했지만, 30년이 흐른뒤 지구 반대편에서 책을 집어든 한 사람의 머릿속에 다시 생겨났다. 사라진 후에도 언제든 다시 존재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 글쓰기가 아름다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