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은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도정일 산문의 정수를 엮었다. 그는 이 책에서 쓰잘데없어 보이는 것들, 시장에 내놔봐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들, 돈 안되고 번쩍거리지 않는 것들을 기억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당신과 내가 앞으로 끊임없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완의 목록‘으로 남겨두며 유머러스한 문장과 함께 즐거움을 더한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와 함께 출간되었으며, 1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전방위 인문학자의 사상 전반이 총론처럼 제시된다. 그가 은연중 제시한 ‘목록’들이 앞으로 연이어 출간될 ‘도정일 문학선’의 안내자 역할을 해준다. 유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것들이 무엇인지 곱씹어보면서 각자의 목록을 만들어본다면, 쓰잘데기없어 보이지만 결코 쓰잘데기없지 않다는 삶의 의미를 일깨우며, 그 목록은 너와 내가 함께 사는 ‘공생’의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방송인 오상진이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팅을 보고 바로 예스24 중고 서적을 검색해 주문해서 도착한 이내 읽기 시작했다. 2000년 초부터 2014년 이 책의 출간 전까지 다양한 매체 및 지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낸 산문집인데, 10년에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도정일 교수가 비판하고 안타까워했던 사회, 정치, 문화의 문제가 2019년 말-2020년 초에도 많이 달라지지 않아 읽는 동안 자주 마음이 무거웠다. 책이 출간된 이후 우리는 무고한 생명들이 수장되는 것을 보았고, 일임받은 국가의 권력이 어떻게 농간 당했는지 겪었고, 정치인들이 얼마나 더 후퇴할 수 있는지 깊은 회의감을 맛보았고, 빈부 격차가 이제는 좁혀질 일이 없다는 것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전진하고 있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주고 함께 걸어나갈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