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장편소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며,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이가 있었기 때문에. 태린은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는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김초엽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주애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서로에게 가진 사랑과 서운함과 애틋한 마음이 지극히 인간적이다.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 모험 속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비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주제의식이 잘 어우러진, 긴박함과 따뜻함을 가진 웅장한 스토리.
책 초반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생소한 용어들과 묘사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 웠지만 점점 읽을 수록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들어 페이지를 넘기는 나를 발견 하게 된다. 인간은 물질들로 이루어져있고, 심지어 지구 밖의 물질들로도 이루어져 있 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 다른 물질들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책. 물질, 자아, 의식, 감각, 이성이 모두 얽혀 연결되는 개체를 발견해 나아가는 기묘하지만 아름다운 인간과 범람체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우리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존중하며 공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 고 해석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김초엽은 항상 정상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래서 그의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어딘가 부족하고 비정상이다. 하지만 과학의 언어로 정상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다른 존재라고 설명하는데 그 과정이 이번에는 거의 영화처럼 뚜렷하고 강렬한 기승전결을 그리면서 우리를 더 이상 하나의 개체가 혹은 시각에 의존하는 생명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학에서 물질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다면 오직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변화 혹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김초엽 작가 책을 여러권 읽다보니 반복되는 주제들이 보이는것 같다. 인간이 모르는 지성체의 존재와 그들과의 공생에 대해 많이 다루고 또 주인공인나 등장인물중 성소수자는 꼭 등장한다. 사실 비슷비슷한 주제들을 가지고 소설을 써서 조금은 지루할법도 한데 아직도 안지루한걸보면 난 작가의 상상을 표현하는 필체를 좋아하고 또 글에서 나오는 포용력과 따스함을 좋아한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글은 언제나 따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