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은 욕망의 소실점을 추적하는 작가다. 장편소설 《불온한 숨》에선 재도약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위험한 염원을, 《이름 없는 사람들》에선 벼랑 끝에 선 무명인(無名人)들을 발판 삼아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의 잔혹한 야심을 날카로운 필치로 써내려가며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4년 만의 신작 스릴러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개인의 억눌린 욕망을 위해 ‘힘없는 것’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로 추락시켜버린 인물들을 그린다.
경찰인 연우는 새해 첫날부터 선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긴급 파견된다. 과거 파트너로 함께 활약했던 후배 상혁과 함께였다. 지역 주민들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에덴 종합병원 차요한 원장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연우와 상혁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 직원들을 탐문한다. 겉으로는 모두 친절해 보이지만 묘하게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대답만 반복하는 사람들. 병원 측에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게 분명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두 사람은 흉기가 발견된 곳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기로 한다.